이동의 대가: 교통혁명이 가져온 환경적 딜레마
교통의 역사적 진화와 현대적 의미
현대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로 교통을 꼽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육상, 해상, 항공을 망라하여 지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운송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물자 교역과 인적 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교통(이동)의 중요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현재에 와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교통이 중요한 기능을 담당했다. 인류 역사상 교통은 동서양 문명 교류의 핵심 통로 역할을 해왔다. 실크로드 관련 역사 기록들을 보면 이미 기원전 4세기경부터 동서 간 교류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도 고려시대 문익점이 붓대 안에 목화씨를 숨겨 들여올 수 있었던 것은 국경을 초월한 교통망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시대 9세기경 장보고가 해상권을 장악하며 동남아시아까지 교역 범위를 확장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현재와 비교하면 물자나 인적 이동의 규모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교통로의 범위도 한정되어 있었고, 운송수단 개발을 위한 체계적 노력도 미흡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교통수단 발달이 시작된 시기는 일제강점기로 볼 수 있다. 일본이 한반도의 자원과 식량을 수탈하여 전쟁 수행에 활용하기 위해 철도망을 구축하고 도로(신작로)를 건설한 것이 현재 주요 운송로의 기초가 되었다. 유럽의 경우 산업혁명 이후 물자 교역과 인적 이동이 본격화되면서 교통의 중요도가 급격히 증대되었다. 산업혁명으로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었고,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제품들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교통은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이동에 대한 제약이 적었지만, 오늘날 유럽연합으로 통합되면서 거의 모든 물자와 사람들이 유럽 전체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다.
석유 의존적 교통 시스템의 구조
현대 산업사회는 교통 시스템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로 발전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경제 자립도가 낮은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식량자급률이 20% 수준에 머물러 있고, 원자재를 수입하여 완제품으로 가공해 수출하는 경제구조로 인해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교통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교통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원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된다.
현대 교통 시스템의 핵심 에너지원은 석유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항공기, 선박, 자동차 등의 주요 연료인 휘발유와 경유의 원료가 바로 석유다.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현대 교통 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각국은 석유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때로는 전쟁까지 불사하는 상황이다.
화석연료 기반 교통이 초래한 환경 위기
산업혁명 이전의 교통수단들은 육상에서는 주로 동물의 힘을, 강이나 바다에서는 물의 흐름과 바람의 힘을 활용했기 때문에 자연의 순환 체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교통이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특히 석유가 교통 에너지원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가 심각해졌다. 석유는 운반, 저장, 이용 등 여러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교통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정착했다.
OECD 국가들의 석유소비에서 수송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기준 약 50%이며, 그 중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므로 OECD 전체 석유 소비량에서 자동차의 비중은 약 35%에 달한다. 수송부문의 석유 사용량은 2040년까지 계속 증가할 전망인데, 이는 중국과 인도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보급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 대수를 보면 1990년 100만 대를 넘어선 지 불과 7년 만인 1997년에 1,000만 대를 돌파했으며, 2005년에는 1,500만 대에 이르렀고, 2019년에는 2,344만 대로 2.2명당 1대 수준까지 증가했다.
관광산업의 지속적 확대 역시 교통 수요 증가를 촉발하여 석유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관광객 이동이 증가하면 항공기 운항 횟수도 함께 늘어난다. 수송부문에서 항공교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생태계 파괴 정도는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심각하다.
원거리를 비행하는 항공기는 공기 저항이 적은 성층권 부근까지 고도를 높여 이동한다. 고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연료를 소모하기 때문에 배기가스 배출량도 많다. 항공기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에는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에어로졸 등이 포함되는데, 이 중에서 이산화탄소와 에어로졸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며, 질소산화물은 지표에서는 오존을 생성하여 해를 끼치고 성층권에서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작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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