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에서 농약으로: 침묵의 봄이 예언한 환경호르몬의 위협
살충 효과를 가진 합성 화학약품 제조업은 제2차 세계대전이 남긴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화학전쟁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화학물질들이 살충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살인용 화학약품의 실험 대상으로 곤충들을 사용했을 때 우연히 발견된 것이었다. 전쟁이 종료된 후에도 합성 살충제는 계속해서 제조되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살충제나 제초제 등의 농약이 본질적으로 인간을 죽일 수 있는 화학물질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농약은 잡초 제거와 병충해 예방을 통해 농산물 수확량을 증가시키는 장점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환경에 노출되어 생태계에 손상을 가하는 단점도 내포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의 경고: 침묵의 봄
일본에서 수은중독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던 1962년,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발표하여 농약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면서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인류에게 일깨워주었다.
카슨은 「침묵의 봄」을 통해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어가는 야생 생물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공개하여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경종을 울렸다. 그는 조화롭고 아름다운 한 마을에 원인 불명의 질병이 발생하여 가축이 죽어가고 아이들이 죽어가면서 죽음의 공간으로 변해가는 짧은 우화를 상징적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불행은 외부의 침입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다. 농약, 살충제, 제초제 등 화학물질의 심각한 남용 행위와 그로 인해 인간이 치러야 할 대가를 상세히 고발함으로써 그러한 죽음의 공간이 바로 우리의 현실임을 직시하게 만든다.
카슨은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유기염소계 살충제인 DDT가 어떤 방식으로 피해를 초래하는지 상세하게 제시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DDT는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무해한 만능약으로 간주되며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었다.
DDT가 무해하다고 여겨지게 된 배경에는 이것을 처음 사용한 시기가 전쟁 중이었다는 점이 있다. 해충의 일종인 이를 박멸하기 위해 수많은 군인, 피난민, 포로들의 몸이나 옷에 뿌린 결과 그 효과가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카슨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흡수되면, 지방에 잘 용해되는 특성으로 인해 지방분이 많은 장기에 축적되어 건강 피해가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카슨의 발표 이후에도 수많은 새로운 화학물질이 제품으로 개발되어 전 세계에 살포되었다.
환경호르몬의 등장과 위협
1990년대 중반 이후 산업용 화학물질, 농약, 유기금속화합물 등의 유해물질이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호르몬 분비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이 발표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1998년 환경호르몬이 인류를 멸종시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이슈화되었고,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경호르몬 문제를 오존층 파괴 및 지구온난화 문제와 함께 세계 3대 환경문제로 간주하기도 한다.
수은, 납, 카드뮴과 같이 자연계에도 호르몬 기능을 교란하는 물질이 존재하지만, 환경호르몬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인간이 합성한 것을 지칭한다. 가장 먼저 알려진 환경호르몬은 DES(디에틸스틸베스테롤, Diethylstilbesterol)로, 이 물질은 화학적으로 합성된 여성호르몬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임상실험에서 약효와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1948년부터 1972년까지 유산 방지 목적으로 임산부에게 광범위하게 투여되었는데, 나중에 이 약은 태아의 생식기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플라스틱과 환경호르몬
현대 사회는 불필요하게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플라스틱 중에는 환경호르몬과 같은 화학물질을 포함하지 않은 것도 많지만, 그 생산이나 소각 과정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이 생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스틱 중에서 대체 가능한 것들은 모두 재활용할 수 있는 유리나 토기, 금속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근본적 해결책: 제2차 산업혁명
「도둑맞은 미래」에서 저자들은 환경호르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합성화학물질을 만들고 사용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품, 공정, 사용방법 등을 모두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브라운가르트와 미국의 도노는 제2차 산업혁명을 주창하는데, 이들은 제1차 산업혁명은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었지만 제2차 산업혁명은 자연에 순응해서 자연과 마찬가지의 효율을 거두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연 속에는 폐기물이 없다. 모든 것은 순환과정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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