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에서 에너지 노예까지: 인류와 에너지의 역사
우주의 시작과 에너지
지금부터 138억 년 전에 우주가 처음 시작되던 순간에 우주에는 어마어마하게 단단히 뭉쳐 있던 에너지가 있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이 에너지의 변화를 통해 탄생했다. 에너지는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지만, 아인슈타인은 에너지가 물질로 변할 수 있고, 거꾸로 물질이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E=mc²이라는 공식으로 보여 주었다.
이 식에서 E는 에너지, C는 빛의 속도, m은 물체의 질량을 나타낸다. 우주가 처음 시작할 때 이 에너지는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아주 빠르게 물체로 변했다. 이 물체가 그 후로도 계속 팽창하고 뭉치고 퍼져서 우주를 만들어 냈다.
물체가 에너지가 되고 에너지가 물체가 되는 일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는 핵연료라는 물질이 쪼개질 때 생기는 에너지를 이용해서 만드는 것이다. 원자폭탄도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란 물체가 쪼개질 때 그중 일부분이 순식간에 에너지로 바뀌기 때문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태양이나 수소폭탄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때도 마찬가지로 물체가 에너지로 바뀐다. 우주가 에너지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에너지가 모든 것의 근원, 매우 중요한 것임을 말해 준다. 그런데 현대인은 에너지가 귀중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근대 이전에 살던 사람들에 비해 에너지를 사실상 마음껏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마음대로 에너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공기 속 산소 없이 살 수 없듯이 에너지 없이도 살지 못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이유는 신체를 움직여 줄 수 있는 에너지를 얻기 위함이다.
에너지 노예
에너지가 이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는 에너지를 얻기 위한 노력의 역사라고 요약될 수 있다. 현대인은 에너지 걱정을 거의 하지 않지만, 오랜 옛날에는 에너지를 얻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 선사시대에 인류는 하루 종일 동물을 사냥하고 열매나 뿌리를 채취해서 에너지를 얻었다. 그리고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숲에 가서 나무나 덤불을 잘라다가 태워서 에너지를 얻었다.
그 후 농경시대에 와서는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길러서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었고, 물과 바람의 움직임으로부터 에너지를 끌어내어 사용했다. 그러나 이 상황은 인간이 화석에너지를 언제 어디서나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완전히 달라졌다.
근대 이전에도 스스로 에너지를 얻는 활동을 하지 않고 살아가던 사람들이 있었다. 권력이나 돈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을 이용해서 노예를 거느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예가 그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공급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누구나 근대 이전의 권력자나 부자가 하던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살아있는 노예를 이용해서 그러한 활동을 했지만 현대인은 에너지를 노예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현대인이 근대 이전의 노예를 얼마나 많이 부리는지는 우리가 쓰는 에너지를 계산해 보면 알 수 있다.
노예에게 일을 시키려면 하루에 2,500칼로리 정도의 에너지를 공급해 주어야 한다. 현대 한국인의 하루 평균 에너지 사용량은 153,000칼로리에 달한다. 이 값을 2,500으로 나누면 약 61, 즉 지금 한국인은 한 사람이 평균 61명의 노예를 거느리고 사는 것이다.
이 노예들은 에너지 노예라고 부른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많은 에너지 노예를 부릴 수 있게 된 것은 한마디로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는 수억 년 전 그리고 수백만 년 전에 거대한 식물들이 땅속에 묻히거나 해조류와 플랑크톤들이 바닷속에 가라앉아서 생성되었다.
이때는 지금보다 훨씬 따뜻했기 때문에 식물이나 해조류들은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를 흡수해서 빠르게 자라고 퍼져 갔는데, 이것들이 땅속에 묻혀서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에너지가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는 그때 오랜 기간에 걸쳐서 생물체에 흡수되어 저장되었던 태양에너지를 꺼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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