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2°C 억제 목표를 둘러싼 과학계의 논쟁과 현실적 한계
사실 티핑포인트가 어느 지점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떤 과학자들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티핑 포인트가 몇 년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이러한 경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88년 미국 의회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증언함으로써 널리 알려진 제임스 핸슨은 2000년대 중엽에 몇 년 안에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 이하로 억제하지 않으면 위험이 닥친다고 경고했다.
가이아 가설의 창시자 제임스 러브록은 2000년대 중엽에 기후변화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되었고, 이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수천 개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핸슨이나 러브록 같이 이미 2000년대 중엽에 티핑 포인트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던 사람들이, 2010년대 말에 와서는 파국이 아직 보이지 않아서인지 또는 다른 이유에서인지 그때와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핸슨은 이미 1988년에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누적으로 인한 기온상승을 계산했는데, 이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매년 1.5% 상승할 것이고 이 경우 2012년경에 1870년 대비 1.9°C 상승한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그의 예측대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매년 거의 1.5%씩 증가했지만, 기온은 1°C도 상승하지 않았다.
러브록은 2006년에 기후변화가 티핑 포인트에 이미 도달했고, 따라서 2100년이 되면 인구의 80%가 사라질 것이며, 유럽은 평균기온이 8°C, 열대지방은 5°C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핸슨이나 러브록 모두 30년 또는 10여 년이 지난 후 당시의 예측이 크게 빗나갔음을 인정하고, 그때와는 상당히 다른 견해를 펴고 있다. 핸슨은 기후가 서서히 반응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은 필요하지만 수년 안에 완수되어야 하는 급진적인 조치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러브록은 지난 10년이나 20년을 돌아보면 너무 많은 것이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에 5년이나 10년 이후를 예측한다는 것이 어리석은 짓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기온이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2.5배 상승한 싱가포르를 보면 기후변화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지구 평균기온을 2100년까지 2°C 상승 이하로 묶어야 한다는 기후연구자와 IPCC의 견해에 대해서도 여러 이견이 있다. 이들은 기온상승은 자연현상이므로 인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부터 1°C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는 것까지 다양한데, 여기에서 주의해서 보아야 하는 것은 2°C라는 숫자가 나오고 합의되는 과정과 2°C 이하 억제가 불가능하다는 견해이다.
2°C 억제는 1975년에 예일 대학의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가 처음 제시한 것이다. 그는 지난 수천 년 역사에서 1°C 이상 변동을 보인 적이 없기 때문에 기온상승이 그것의 2배를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량적인 계산을 거친 것이 아니고 상당히 직관적으로 내린 결론이었는데, 따라서 그 자신도 이에 대해 그다지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기후학자들이 2°C가 그런대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저지선이라는 연구를 내놓고, 1996년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2008년에는 G8 국가들, 그리고 2010년에는 UN이 이것을 받아들이고, 2015년 파리협약에서 상한선으로 합의됨으로써 2°C 이하가 정치의 영역에서도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2°C 이하 억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2°C를 넘기면 티핑 포인트가 오든 오지 않든 이와 상관없이 2°C라는 것이 하나의 목표로서 중요성을 가진다고 본다. 목표의 존재, 목표를 정하는 것이 변화를 추동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야만 하는 직업적인 활동가들 그리고 기후연구를 정치 영역으로 가지고 들어가려는 연구자들은 이러한 입장을 적극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해서 우려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2°C 억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그런데도 이 목표를 실현 가능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이에 대해 회의적인 연구자들은 불이익당할 것을 염려하여 의견개진을 제대로 못하고 자기검열을 하는데, 이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영국의 틴들연구소, 스웨덴의 CiCERO,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 등지의 연구자들이 이런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것을 실현 가능한 것으로 가장하고 쫓아가는 것이 대대적인 적응의 노력을 펼칠 필요를 각 나라의 정부가 무시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이미 진행 중인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음은 IPCC의 모델링을 분석하면 알 수 있다. 2100년까지 평균기온 상승을 2°C 이하로 억제할 가능성이 66% 또는 50%가 되려면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로가 되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 자체가 제로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론적으로는 재생가능 에너지의 대대적인 확대,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의 대규모 적용, 대규모 이산화탄소 포집 바이오연료 프로젝트 등을 도입하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현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C 이내로 억제하려면, 해가 갈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더욱 급격하게 줄여야 한다. 2017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40기가톤에서 정점에 달한 후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매년 연평균 2.5% 감소해야 한다.
그런데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감소는 고사하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조만간 정점에 달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활동의 급격한 축소와 에너지소비 감소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었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것으로 대유행이 지나가면 배출량은 다시 이전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기후변화는 코로나19 대유행보다 훨씬 넓은 시간간격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런데 영국의 기후변화 연구자 앤더슨(Kevin Anderson)이 주장하듯 2°C 억제에 조금이라도 도달하려면 에너지 소비와 생산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현대사회를 근원적으로 재구성하게 될 것이다.
현재와 같이 성장과 기후변화 억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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